"10만 도로지도"(성지문화사 刊 지도대사전)를 펼쳐 놓고 원주시지역을 보면 문막 위쪽 섬강이 흐르는 곳에 "간현유원지(간현관광지)"가 보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입니다. 영동고속국도 문막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42번 국도를 타고 원주방면으로 조금 가다가 간현유원지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차 머리를 돌립니다. 이정표를 따라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리다가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전원냄새가 물씬 풍기는 간현역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잠깐 세우고 간현역과 구내의 철로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간현역은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영주방면으로 이어지는 중앙선 철로상의 한 역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6.25동란 당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피난을 떠났음인지 기차역만 보면 이별이 생각납니다. 갓 결혼한 새댁이 징집명령을 받은 지아비를 생이별하던 장소도 바로 기차역이었습니다.
역구내에서 바라본 간현역
역에서 나와 길을 가다가 굴다리를 건너니 강변에 드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른 시각(09:00)이어서 그런지 방문객이라고는 글쓴이가 유일하여 적막감마저 감돕니다.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별로 주변관리가 안되어 있어 황량할 따름입니다. 화장실에서도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풍깁니다. 그나마 정적을 깨뜨리는 것은 근처 족구장에서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입니다.
주자장에서 바라본 관광지 입구
안내도를 보고는 배낭을 걸친 채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을도로에는 절정에 달한 단풍나무가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에 질세라 샛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은행나무도 약간 을씨년스러운 강변마을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 줍니다.
간현유원지와 섬강에 대한 안내문을 바라봅니다. 섬강은 간현 앞강에서 약 3∼4km상류의 강가에 두꺼비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두꺼비(蟾/섬)의 모습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강변도로를 따라 정자가 쓸쓸하게 서 있고, 간현교 너머로 철탑이 있는 소금산도 보입니다.
간현교 뒤로 보이는 소금산의 철탑
간현교를 지나 삼산천과 분기되는 지점의 삼산천교
간현교를 건너는데, 때마침 섬강철교 위로 화물열차가 지나갑니다. 한적한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가 교대로 운행되는군요. 맞은 편 강가의 나지막한 구릉에는 색이 고운 단풍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는데 강물 위에 그림자를 조용히 드리우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인 주왕산의 주산지에서 보는 상하대칭형의 그림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간현교에서 바라본 섬강철교 위로 지나가는 화물열차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운 풍경
간현교에서 바라본 방금 지나온 강변
이제 섬강은 삼산천이라는 지류를 만들어 서쪽으로 뻗습니다. 삼산천교를 건너니 조그마한 마을이 있는데 대부분 피서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음식점과 숙박시설입니다. 오른쪽으로는 소금산(343m)을 오르는 등산로가 있지만 글쓴이는 그럴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삼산천 강변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삼산천의 분기점
등산로 입구
삼산천의 오른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입니다. 교량을 건너니 단풍나무가 길손을 유혹합니다. 이곳의 마을도 역시 대부분 음식점과 숙박시설입니다. 강변 빈터에는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가족이 보입니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펄펄 날릴 것 같은 곳에 야영을 줄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유원지 입구에 관광객 차량은 진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있지만 소금산교 입구까지는 차량통행이 가능하니 시간이 없는 사람은 드라이브를 하며 계곡을 답사할 수 있습니다.
삼산천변의 기암절벽
강바닥은 수량이 적어 자갈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디자인이 아름다운 소금산교를 건넙니다. 또 다시 불타는 단풍나무 한 그루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소금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아까 지나온 곳으로 하산하게 되는 코스입니다. 가파른 오름 길에 설치된 철 계단을 올려다봅니다. 해발고도는 낮지만 오르막이 가팔라서 다소 힘들 것 같습니다. 철교 밑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삼산천 상류방향으로 대형 교각 한 개가 우뚝 서 있습니다.
소금산교
소금산교에서 바라본 서쪽 방향
디자인이 아름다운 소금산교
삼산천의 상류 방향에 쓸쓸하게 서 있는 교각 한 개
다시 뒤돌아 소금산교를 건너려 하는데 이번에는 여객열차가 지나갑니다. 철교와 터널을 교대로 통과하는 기차입니다. 한적한 유원지에 수시로 지나가는 기차가 계곡의 정적을 깨뜨립니다.
계곡의 정적을 깨뜨리는 여객열차
조금 전 지나갔던 길을 되돌아 나옵니다. 한 무리의 단체 등산객들이 지나갑니다. 삼산천교 밑으로 흐르는 계류가 매우 깨끗합니다. 아까 화물열차가 지나갔던 섬강철교 위로 이제는 여객열차가 통과합니다. 급히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주차장으로 되돌아온 시각은 오전 10시 반, 아침 9시경 텅 비어 있던 주차장에는 약 20여대의 승용차와 1대의 버스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아침의 황량했던 분위기는 글쓴이가 너무 빨리 도착한 때문이었나 봅니다.
소금강교 밑으로 흐르는 계류
사람사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주차장
간현유원지는 여름 피서를 위한 관광지입니다. 피서철이 아닌 계절에는 단순히 유원지만 찾는 것보다는 삼산천을 끼고 있는 소금산도 함께 답사한다면 한나절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간현유원지에 대한 사진과 안내문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은 첫 인상을 보고는 다소 실망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런 장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실제보다 다소 과장되어 표현되기도 하겠지요.
여기는 섬강과 삼산천, 이를 둘러싼 계곡과 산, 강 위를 통과하는 교량이 있고, 또 수시로 기차가 지나가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곳에 오면 도시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장소를 이동함에 따라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기차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그 옛날의 아련한 추억을 일깨워 주는 향수입니다. (2007.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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