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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구두를 벗다 / 최은묵

by 광적 2008. 8. 10.

 구두를 벗다 /  최은묵


  수염은 뭔가 말을 하려고 밤새 입 주변에서 자랐다 아이는 면도기 속에 수염을 먹고 사는 곤충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면도기 보호망 속에서 먼저 살았던 부스러기들을 털어낸다


  어제 짐을 싸던 손에 청하던 김 과장의 악수는 어색했고, 오늘 구두 대신 아내 몰래 신은 운동화 밑창이 그러하다


  발바닥이 낯설다 버스정류장은 운동화로 바뀐 걸음을 알아보지 못했다 정류장을 지나 전에는 열려있었을 하천을 걸었다


  굴속을 흐르던 아침이 한꺼번에 입 냄새를 쏟아내는 복개가 끝난 하천 수풀 옆

은밀히 따뜻했을, 버려진 좌변기가 더럭 구멍 난 옆구리로 방귀를 뿜는 중년의 끝자락


  살을 비집고 나온 수염이 말을 한다 아내가 듣기 전에 전기면도기에 살고 있는 곤충이 토독토독 수염을 먹어치운다


<제9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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