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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연탄 갈아 넣기 / 정대구

by 광적 2008. 8. 15.
 연탄 갈아 넣기 / 정대구

 - 어머니 생각



허리 구부려 연탄아궁이에

연탄 갈아 넣기는 어머니의 몫이었다

웬일로 연탄은 꼭 새벽에만 갈아 넣게 되었던지

웬일로 그때는 또 그렇게 추웠던지

영하 10도가 넘는 새벽 두 세시 사이에

어머니는 일어나 연탄을 갈러 나가셨다

나는 알면서도 잠자는 척 이불을 덮어썼다

그리고 빈말로 어머니를 속였다

왜 저를 깨우시지 않고

연탄은 또 왜 꼭두새벽에 갈아 넣어야 해요

그래, 그래야 불꽃이 좋아 아침밥 짓기가 좋지

어쩌다 내가 연탄을 갈러 나가면

어머니는 질겁해 따라 나오시며

너는 연탄내 쐬면 안돼 또 연탄은 구멍을 잘 맞춰야 하는데

너는 안돼 나를 밀쳐내시고

허리를 구부정, 연탄집게로 더듬더듬 연탄을 가시는데

폭 타버린 밑탄을 들어내고 불꽃이 남은 윗탄을 밑탄으로 앉히고

그 위에 새까만 새탄을 밑탄과 구멍을 맞춰 얹으시고

연탄아궁이 구멍을 확 열어 놓으셨다

활활 불꽃을 타고 올라오는 연탄내 때문인지

연신 쿨럭쿨럭 밭은 기침을 뱉으시며


어머니 용서하세요, 어머니 돌아가신 뒤 기름보일러에서 가스 보일러로

바뀌어 지금은 연탄 갈 일 없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