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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모과/유종인

by 광적 2008. 8. 20.

         모과 / 유종인

 

주변에 모과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신호등 없는 사거리가 건너다 보이는 묵정밭 고랑

썩은 고양이 해골만한 모과가 놓여있다

지난 해 일이다 지난 해 일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

새봄에도 지난 해 일로 골똘해 있는 작은 해골이

모의 수류탄처럼 던져져 있다 역시 지난 해 일이다

터지지 않는 일도 있다 먹히지 않는 일도 있다

저 혼자 죽어서 제 몸의 향기로 부음을 내고

저 혼자 눈비의 문상을 받고 저 혼자 나뒹구는

저 과부 과실의 미라는

손발이 없는 지난 해가 매만졌다 고스란히

고스란히 죽어 있다 참 잘 죽었다 제가 죽었는지도 모를 골통의

숨만 고스란히 빼간 골동(骨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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