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의 정체 / 김경선
빛이 꽁꽁 묶여 보쌈 당한다
빛이 담장 너머로 던져지는 날엔
어둠이 짙게 깔리고 바람도 음습하다
나무 밑에 생매장 된 빛
자귀나무 영혼이 죽은 자와 신방을 차리는 날은
느닷없이 차단기가 내려가고 정전이 된다
땅 속 자귀뿌리들이 꿈틀거리는 6월, 자귀머리가 산발이다
자귀나무 영혼은 바람을 타고 놀다 가로등에 돌을 던진다
몇몇은 납량특집에 캐스팅되고
나무뿌리를 엘리베이터처럼 타고 올라
꿈속으로 쳐들어가 악몽을 흔들던 것들은
어둠을 이파리처럼 덮고 잠든다
6월이 되면 숨었던 빛이 터져 나온다
나무에 공작관을 씌우고
시선을 끌어 당겨 그 틈에 이파리를 늘려나간다
어둠과 빛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다중인격을 가진 자귀나무
여기저기 파팟! 폭죽이 터진다
공원에 모여 무언가를 모의중인 자귀나무들
저 분홍폭죽이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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