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터널 / 김춘기
사월도 하순인데
1100도로에 눈이 내린다
안개터널로 들어온 진눈깨비가
구불구불 차선을 지운다
머리, 어깨에 눈 뒤집어 쓴 편백나무
몸을 흔들어 떡눈을 털어낸다
윈도브러시가 무표정으로
삐걱삐걱 차창의 눈을 쓸어내린다
FM 라디오 케이-팝이 안개를 걸러내며
축축하게 내 귀를 적신다
자동차들이 눈치를 서로 보며
주춤주춤 경사로를 기어오른다
이파리 몇 개씩 붙들고 있는 관목들이
잠시 고개를 내밀더니, 다시 안개에 묻힌다
전조등이 일제히 서귀포 쪽으로 향한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더 깊은 안개터널이 입을 벌리고 다가온다
으남 터널
ᄉᆞ월도 그믐인디
1100도로에 눈이 ᄂᆞ린다
으남터널로 들어온 진눈깨비가
구불구불 차선을 지운다
머리, 둑기에 눈 뒈집어 쓴 펜백낭
몸을 흥글멍 떡눈을 털어낸다
윈도브러시가 펀두름ᄒᆞᆫ 냥
삐각삐각 차창의 눈을 쓸어ᄂᆞ린다
FM라디오 케이-팝이 으남을 걸러내멍
축축ᄒᆞ게 나 귀를 적진다
ᄌᆞ동차덜이 눈치를 서로 보멍
주침주침 비크레기질을 기어올른다
섭셍기 멧 개씩 심언이신 관목덜이
ᄌᆞᆷ시 고개를 내물더니,
또시 으남에 묻힌다
전조등이 ᄒᆞᆫ꺼번에 서귀포 펜으로 향ᄒᆞᆫ다
터널을 빠젼 나오난, 더 짚은
으남터널이 입을 벌련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