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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詩

봄의 완행열차

by 광적 2009. 2. 3.

봄의 완행열차 / 김춘기

 

겨울 기차의 마지막 칸

꽃샘이 철길을 따라

앞산 허리를 돌아간 자리

어머니 약손 같은 햇살이 두루마리를 펴며

개울 건너 들판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키 작은 바람이 낮은 포복으로

맨땅을 자분자분 토닥이면

서릿발의 기지였던

아버지의 텃밭이 말랑말랑해지고

햇마늘 순이 여기저기 머리를 든다

  

한낮,

체로 거른 실비가 그친 뒤

봄이 커튼을 활짝 열자, 유리창 같은 하늘 아래

양지꽃 쇠별꽃 개불알꽃 고깔제비꽃

어머니 산소 가는 고갯길을 따라 서럽게 피어난다

올해도 완행열차가 봄볕을 가득 싣고오는

내 고향 강가, 간이역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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