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완행열차 / 김춘기
겨울 기차의 마지막 칸
꽃샘이 철길을 따라
앞산 허리를 돌아간 자리
어머니 약손 같은 햇살이 두루마리를 펴며
개울 건너 들판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키 작은 바람이 낮은 포복으로
맨땅을 자분자분 토닥이면
서릿발의 기지였던
아버지의 텃밭이 말랑말랑해지고
햇마늘 순이 여기저기 머리를 든다
한낮,
체로 거른 실비가 그친 뒤
봄이 커튼을 활짝 열자, 유리창 같은 하늘 아래
양지꽃 쇠별꽃 개불알꽃 고깔제비꽃
어머니 산소 가는 고갯길을 따라 서럽게 피어난다
올해도 완행열차가 봄볕을 가득 싣고오는
내 고향 강가, 간이역 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