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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詩

안개 터널

by 광적 2009. 3. 3.

 

  안개 터널 / 김춘기

 

사월도 하순인데

1100도로에 눈이 내린다

안개터널로 들어온 진눈깨비가

구불구불 차선을 지운다

머리, 어깨에 눈 뒤집어 쓴 편백나무

몸을 흔들어 떡눈을 털어낸다

윈도브러시가 무표정으로

삐걱삐걱 차창의 눈을 쓸어내린다

FM 라디오 케이-팝이 안개를 걸러내며

축축하게 내 귀를 적신다

자동차들이 눈치를 서로 보며

주춤주춤 경사로를 기어오른다

이파리 몇 개씩 붙들고 있는 관목들이

잠시 고개를 내밀더니, 다시 안개에 묻힌다

전조등이 일제히 서귀포 쪽으로 향한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더 깊은 안개터널이 입을 벌리고 다가온다

 

 

으남 터널

 

 

 

ᄉᆞ월도 그믐인디

1100도로에 눈이 ᄂᆞ린다

으남터널로 들어온 진눈깨비가

구불구불 차선을 지운다

머리, 둑기에 눈 뒈집어 쓴 펜백낭

몸을 흥글멍 떡눈을 털어낸다

윈도브러시가 펀두름ᄒᆞᆫ 냥

삐각삐각 차창의 눈을 쓸어ᄂᆞ린다

FM라디오 케이-팝이 으남을 걸러내멍

축축ᄒᆞ게 나 귀를 적진다

ᄌᆞ동차덜이 눈치를 서로 보멍

주침주침 비크레기질을 기어올른다

섭셍기 멧 개씩 심언이신 관목덜이

ᄌᆞᆷ시 고개를 내물더니,

또시 으남에 묻힌다

전조등이 ᄒᆞᆫ꺼번에 서귀포 펜으로 향ᄒᆞᆫ다

 

터널을 빠젼 나오난, 더 짚은

으남터널이 입을 벌련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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