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김춘기
밤마다 강둑에 앉아 호수의 잔별을 건져내는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너의 국적은 어린 왕자의 별 B-612였지. 네가 번성하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네가 머리를 내미는 족족 쇠못처럼 뽑혀나갔지.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해변에 만년 양산 펼쳐 그늘 드리우는 큰 나무. 카멜레온 여우원숭이가 기어오르면 몸 열어 그들의 집이 되고, 영혼의 묘소가 되기도 했지. 평생 진맥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원주민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아프리카의 성자. 스콜이 퍼붓는 한낮, 달콤한 과육을 빚어 섬의 갈증을 풀어주던
내게도 바오밥이 있지. 땡볕 등에 지고 평생 내게 그늘이 되어주신 아버지. 다랑논에 물 채우듯 늘 내 목을 축여주셨지. 나는 그 무릎을 딛고 쑥쑥 자라났지. 한번도 당신의 바오밥이 되지 못한 객지 아들의 아침 식탁에 따뜻한 바오밥 한 그릇 손전화로 보내주시네. 어머니께 어서 가고 싶으신 홀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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