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쟁 / 김춘기
대전 갑천 변 국도. 초여름 땡볕 군단이 공터에 주둔하는 사이, 철 울타리 안 대파와 개망초가 몸싸움중이다.
발칸포 K2소총 수류탄도 보이지 않는 여름 전쟁, 별이 뜨거나 달이 뜨면 일시 휴전이다. 날이 밝으면, 다시 벌어지는 국지전투. 순간 다국적군 아까시, 버드나무가 파병의 기회를 엿본다.
전열을 정비한 개망초 여단, 퇴로를 차단하고 흩어지는 대파 병사들을 언덕 쪽으로 밀어붙인다. 길 건너 광활한 배추밭에 제초제가 살포되자, 텃새들이 일제히 산을 넘어 퇴각중이다.
오늘도 끝이 없는 여름 전쟁, 파밭 주인이 오면 전세가 일시에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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