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발자국 / 김기찬
섬이다
썰물이다
이른 아침 파도가 밤내내 물걸레질한 백사장을
걷는다 물새 한 마리 후딱 따라 나선다
조심조심 내딛는 후박나무 잎사귀와
빠뚤삐뚤 걷는 어린 단풍나무 이파리마다
출렁 물빛 들어찬다
하늘 반짝 내려앉는다
걸을 때 마다 뽀드득 이를 가는 수많은 모래알갱이
그 쬐그만 입들이 파도를 죽이다말고
일제히 단단한 발자국을 물어 뜯는다
순간, 삭아 문드러지는
- 내 발자국밑에 나사고동발자국 밑에 샛별불가사리 밑에 긴수염각시새우발자국 밑에 환국화주꾸미발자국 밑에 파도물살무늬조개발자국 밑에 으악가시꽃게발자국 밑에 넙쩍주걱넙치발자국 밑에
넌출넌출 뻗치는 기다란 시간의 푸른 발자국 잎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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