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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것들/기타

신중년의 소비 24시

by 광적 2015. 2. 13.

 

[신중년의 소비 24時]

-신중년式 '時테크'
아침잠 줄어 '새벽 홈쇼핑', 점심 외식은 오후 1시 이후, 장보기는 퇴근시간 전에 끝내

-해외여행도 성수기 피해
3·4·10월 비수기에 몰려 "동남아 여행 30%이상 저렴"
신중년式 '時테크'아침잠 줄어 '새벽 홈쇼핑'점심 외식은 오후 1시 이후장보기는 퇴근시간 전에 끝내해외여행도 성수기 피해3·4·10월 비수기에 몰려"동남아 여행 30%이상 저렴"

경남 진주에 사는 최혜숙(63)씨의 하루는 해 뜨기 전인 오전 5시쯤부터 시작된다. 언젠가부터 아침잠이 사라져 이 시간이 되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최씨는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TV를 켠다. 그는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홈쇼핑 방송을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이 붙여준 별명이 '홈쇼핑 귀신'이다. 최씨는 "이른 아침에 활기찬 쇼호스트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루가 상쾌하게 시작된다"며 "사는 곳이 지방이어서 제대로 된 물건 사기가 쉽지 않아 홈쇼핑에서 가끔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데, 남편이 자꾸 구박한다"고 말했다.

아침잠이 없는 신(新)중년(예전의 중년에 버금가는 체력·정신력을 갖춘 60~75세)들의 생활 습관은 시간대별 카드 결제 금액 분석 자료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신중년층의 홈쇼핑 결제 금액 중 11.1%가 오전 5~7시 사이에 몰려 있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20~50대 젊은 층이 잠을 자거나, 출근·등교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본지가 삼성카드 BDA(Biz Data Analytics)실에 의뢰해 지난 1년간 20·30대, 40·50대, 60~75세 신중년 소비자 95만명의 하루 24시간 소비 행태를 1시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신중년과 젊은층의 시간대별 소비 행태는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의 비수기, 신중년 없으면 장사 못 한다

신중년층은 식당, 스포츠센터, 영화관 관람 시간대까지 젊은 층이 몰리는 시간대를 철저하게 피해가며 소비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홈쇼핑을 끝낸 신중년은 오전 시간엔 운동을 한다. 신중년층이 수영장과 스포츠센터를 가장 많이 찾는 시간은 오전 9시~낮 12시 사이였다. 스포츠와 관련한 카드 결제 금액의 30.9%가 이 시간대에 몰려 있다. 이 시간대 젊은이들은 대부분 학교와 직장에서 바쁘게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 식사와 식후 '커피 타임'은 신중년층이 젊은 층에 비해 1시간가량 늦다. 학생·직장인의 '외식 업종' 피크 타임은 낮 12시대였다. 20~30대와 40~50대는 각각 14.6%와 14.8%가 이 시간대에 외식을 하고 카드를 긁었다. 반면 신중년이 가장 많이 외식을 하는 시간은 오후 1시, 2시대(16.2%)였다

대기업 임원을 지내다 은퇴한 전충석(62)씨는 "직장인들이 몰리는 12시 즈음에 식당 가 봐야 내 돈 쓰고 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좀 미안하기도 해서 웬만하면 이 시간대는 피하는 편"이라며 "나이가 들면 남는 게 시간인데 젊은 사람들 몰리는 시간에 갈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신중년들 사이 인기가 높은 서울 종로구의 한 주점에서 신중년 남성들이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다.
신중년들 사이 인기가 높은 서울 종로구의 한 주점에서 신중년 남성들이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다. 신중년 세대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비교적 여유롭게 식사와 술을 즐기는‘시(時)테크’소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경 기자
여유롭게 점심 식사와 커피까지 한 잔 마신 신중년들은 오후 1~4시 전까지는 영화관(31.5%)을 들른다. 여성 신중년은 오후 2~4시 사이 옷가게(39.4%)에 간다. 젊은층이 학업과 직장일을 끝내고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전 신중년층은 오후 3~5시 사이 대형마트(31.8%)에서 장을 보고, 제과점(26.3%)에 들러 빵을 한 봉지 사 들고 집으로 사라진다. 술자리를 갖더라도 젊은이들보다 한두 시간 정도 먼저 파했다. 젊은이의 경우 '유흥주점' 결제는 밤 12시~오전 1시에 가장 많지만(17%), 신중년의 소비는 오후 11시대(16.4%)에 가장 많았다.

삼성카드 이두석 전무(BDA실장)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유통 레저 요식업계에서 젊은층의 매출이 줄어드는 시간에도 신중년은 활발하게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신중년층이 새롭고 중요한 소비 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비수기도 신중년이 구세주

하루가 아닌 한 해를 보더라도 신중년층의 소비는 젊은 층과 달랐다. 해외여행은 보통 휴가와 방학이 겹치는 기간인 7~8월과, 1~2월이 가장 성수기다. 또 5월과 9월에는 20~30대의 신혼여행 수요도 제법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에서 3~4월과 10~11월은 해외여행객 수가 뚝 떨어지는 비수기로 여행사들이 가장 어려운 시기다. 이 시기가 되면 신중년층이 여행 업계의 '구세주'처럼 나타난다. 본지가 하나투어에 의뢰해 연령대별로 여행객 수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0대가 가장 많이 여행을 가는 시기가 4월(27%), 3월(20%), 10월(16%) 순이었다.

신중년이 여행을 즐기는 비수기엔 비행기와 숙소 가격이 내려간다. 패키지 해외여행의 경우 성수기에 비해 가격이 30~40%가량 싸다.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 4박5일 패키지 상품은 여름과 겨울철 성수기에는 가격이 100만원 안팎이지만, 비수기에는 60~70만원 안팎까지 떨어진다. 신중년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1년에 한 번씩은 남편과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전숙자(71)씨는 "비수기에 잘 골라 해외여행을 가면 큰돈 쓰지 않고도 신나게 놀다 올 수 있다"며 "여행 계를 부어도 3~4월에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CR전략본부 정기윤 부장은 "여행업계는 시기별로 고객 몰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어느 여행사나 장사가 잘된다. 비수기에 신중년 고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는지가 여행사의 한 해 전체 '성적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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