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
이숨
덕을 쌓기에는 두 개의 입을 끈으로 연결해
중심을 잡는 게 안성맞춤이다
덕에 몸을 기대며
바람이 시원하게 꼬리를 흔든다
겨우내 시린 몸을 공중에 맡겨두고
바다에서 할 말을
산중에선 뻐끔거리지 않아도 되고
비어있는 속에 무엇을 넣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평생 쉬지 않고 꼬리로 휘젓던 길
이제 긴 휴식이다
덕의 근원은 입의 중용,
꼭 다문 입술로
절연하겠다는 것은 무례하다
무엇이든지 다 받아 줄 것 같은 입 모양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듣는 것에 관심이 없던 바다를 버리고
덕장에서 다시 태어난다
진부령 고개에
바람이 하얗게 쏟아진다
바람의 말을 아가미가 아닌 입으로 듣는다
시집『구름 아나키스트』2020. 시산맥
이 숨 시인
전남 장흥 출생
2018「착각의 시학」으로 등단
제7회 등대문학상 수상. 제2회 <詩끌리오> 작품상 수상
시치료 전문가
은행나무숲상담소 소장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박사학위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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