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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풍장/이숨

by 광적 2020. 9. 22.

                   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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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숨

덕을 쌓기에는 두 개의 입을 끈으로 연결해

중심을 잡는 게 안성맞춤이다

덕에 몸을 기대며

바람이 시원하게 꼬리를 흔든다

겨우내 시린 몸을 공중에 맡겨두고

바다에서 할 말을

산중에선 뻐끔거리지 않아도 되고

비어있는 속에 무엇을 넣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평생 쉬지 않고 꼬리로 휘젓던 길

이제 긴 휴식이다

덕의 근원은 입의 중용,

꼭 다문 입술로

절연하겠다는 것은 무례하다

무엇이든지 다 받아 줄 것 같은 입 모양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듣는 것에 관심이 없던 바다를 버리고

덕장에서 다시 태어난다

진부령 고개에

바람이 하얗게 쏟아진다

바람의 말을 아가미가 아닌 입으로 듣는다

 

시집『구름 아나키스트』2020. 시산맥

 

 

 

이 숨 시인

전남 장흥 출생

2018「착각의 시학」으로 등단

제7회 등대문학상 수상. 제2회 <詩끌리오> 작품상 수상

시치료 전문가

은행나무숲상담소 소장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박사학위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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