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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지금 내가 비벼지고 있다. 2 / 고종목

by 광적 2020. 9. 28.

지금 내가 비벼지고 있다. 2 / 고종목
- 비빔밥

나를 비빈다.

빳빳 선 도라지 뿌리, 가을배추 속이파릴 초절임한다. 고구마 줄기 고사리 취나물 산채 줄기 한 줌씩 얹어 참기름 듬뿍 치고 매콤한 마늘 고추장으로 섞는다. 코옥 콕찌르는 살 껴안고 스을슬 비벼댄다.슬그머니 드러내는 부드러운 허벅지, 열 번 스무 번 서른 마흔 쉰 번 꼭꼭 씹고 삭인다. 입안 가득 끈끈한 타액으로 비벼지는 살맛 살-맛, 죽맛 죽을 맛

새벽녘 변기 위에 내가 앉아 불끈 힘준다
구멍을 통과하는 비빔밥,

쉭―쉬쉬쉬시 쿠르륵 꾸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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