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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무릎을 잃어버리다 / 엄원태

by 광적 2020. 11. 30.

무릎을 잃어버리다 / 엄원태

 

 

    한동안 무릎은 시큰거리고 아파서, 내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아침 산책 몇달 만에 아프지 않게 되자 쉽게 잊혀졌다

 

    어머니는 모시고 사는 우리 부부에게 무관심하고 무뚝뚝하시다. 때로는 잘 삐치시고 짜증까지 내신다. 어머니 보시기에 우리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삼시 세끼를 꼭 챙겨드려야 마지못한 듯 드신다. 어쩌다 외출이 길어져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그때까지 밥을 굶으시며 아주 시위를 하신다. 어머니는 우리 부부에게 아픈 무릎이다.

 

    아우는 마흔 넘도록 홀로 대척지인 아르헨티나로 멕시코로 떠돌아다닌다. 아우에 대한 어머니의 염려와 사랑은 참 각별하시다. 아우는 어머니의 아픈 무릎이다.

 

시집 <물방울 무덤> 2007년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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