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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황홀한 수박/박성우

by 광적 2021. 9. 4.

황홀한 수박/박성우

 

 

 

잘 읽은 수박은 칼끝만 닿아도 쩍,

벌어진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혀끝만 닿아도 쩍,

벌 어 진 다

수박물이 떨어져 젖은 삼각 티슈처럼

붉은 속살에 스민 황홀한 팬티, 입을 쩍,

벌려 혀끝으로 벗겨낸다

 

수박씨처럼 음모를 뱉어내기도 하면서

마른 침만 삼키곤 했던 수음의 사춘기를 서른에 버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기쁜 일은 무엇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거룩한 일은 무엇일까?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속적인 일은 무엇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일은 무엇일까?

 

  박성우 시인의 [황홀한 수박]은 성교의 상징이며, 그 황홀함의 강도가 붉디 붉은 수박으로 나타난 것이다. 붉디 붉은 수박은 황홀함의 강도를 뜻하고, 칼끝만 닿아도 쩍 벌어지는 수박은 성숙한 여인의 그곳을 뜻하고, “수박물이 떨어져 젖은 삼각 티슈처럼/ 붉은 속살에 스민 황홀한 팬티, 입을 쩍/ 벌려 혀끝으로 벗겨낸다”는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야성적인 성교 행위를 뜻한다.

  황홀함, 황홀함이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이성의 아름다움 앞에서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황홀함을 맛본 자는 자기 자신의 목숨마저도 더없이 가볍게 던져버린다. 박성우 시인의 [황홀한 수박]은 성교의 절정이고, 이 성교의 절정은 황홀함의 극치이다. 황홀함은 그 어떤 독약이나 마약보다도 더 힘이 세고, 이 황홀함 앞에서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며, 오직 순간에 살고, 순간에 만족하며, 그 황홀한 순간을 위해 죽어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것은 성교의 향연 밖에는 없다. 수박씨처럼 수많은 음모를 뱉어내며 마른 침만 삼키곤 했던 수음의 사춘기를 지나면 붉디 붉은 수박이 쩍 벌어지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성교의 향연이 펼쳐진다.

  달 밝은 봄밤, 무논에서 개구리가 울듯, 한여름 숲속에서 매미가 울듯, 발정기를 맞이한 암소들이 입에 게거품을 흘리며 산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리며 자기 짝을 찾듯----.

  황홀함은 성교의 극치이며, 이 황홀함이 모든 미학의 기원이기도 한 것이다.

계간지 애지~ 반경환 평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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