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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통조림/마경덕

by 광적 2021. 9. 5.

조림/마경덕

 

 

   밀봉된 바다, 무게 400g. 꽁치의 짭조름한 눈물이 캔에 담겨있다. 천사백 원을 지불하면 원터치로 열리는 진공의 바다, 같은 용량의 인스턴트 바다들이 마트 진열대에 쌓여있다. 제발 저를 당겨주세요. 고리는 밑바닥에 바짝 들러붙었다. 누가 안전핀을 뽑듯 저 고리를 당겨준다면… 뚜껑이 열리기까지는 얼마를 기다려야 하나. 유통기한을 며칠 남긴 꽁치의 눈빛이 흐리다. 바코드가 찍힌 저 바다는 누군가의 식탁으로 초대되어 참았던 숨을 왈칵, 토할 것이다. 순간 손을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뚜껑을 조심하라. 열 받은 것들은 뚜껑이 열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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