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초(野草)/김대규
돈 없으면 서울 가선
용변도 못 본다.
오줌통이 퉁퉁 불어 가지고
시골로 내려오자마자
아무도 없는 들판에 서서
그걸 냅다 꺼내들고
서울 쪽에다 한바탕 싸댔다.
이런 일로 해서
들판의 잡초들은 썩 잘 자란다.
서울 가서 오줌 못 눈 시골 사람의
오줌통 불리는 그 힘 덕분으로
어떤 사람들은 앉아서 밥통만 탱탱 불린다.
가끔씩 밥통이 터져 나는 소리에
들판의 온갖 잡초들이 귀를 곤두세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