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죽음/이성목
추운 날 땔감으로 쓸까 하여
공사장 폐목자재를 얻어다 부렸더니
온통 못투성이다
하필이면 나무에 빠져 죽었을까
죽은 못을 수습하는 동안
나무의 꺼칠한 잔등에
긁힌 자국이 소금쟁이 같다
죽은 것들을 위하여
겹겹의 나이테를 다 퍼낼 수 없어
아궁이 밑불을 뒤적거리며
퉁퉁 불어 저절로 떠오르기를
기다려도 보았지만
바닥은 개흙, 못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죽음과 침묵 사이엔 얼마나
두터운 합의가 있었을까
나무판자를 덮고 잠들었던 노숙자는
죽은 지 열흘 만에 말라비틀어진 몸을
삶에서 빼냈다
못대가리를 장도리 끝에 걸어 당겼더니
쇳소리를 내며 합판을 빠져나오는
잔뜩 꼬부라져 죽은 못은
죽어서도 쭉 뻗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