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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두부/서윤규

by 광적 2021. 10. 16.

두부/서윤규

 

두부를 보면

비폭력 무저항주의자 같다.

칼을 드는 순간

순순히 목을 내밀 듯 담담하게 칼을 받는다.

몸속 깊이 칼을 받고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칼을 받는 순간, 죽음이 얼마나 부드럽고 감미로운지

칼이 두부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두부가 칼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 것 같다.

저를 다 내어주며

칼을 든 나를 용서하는 것 같다.

물어야 할 죄목조차 묻지 않는 것 같다.

매번 칼을 들어야 하는 나는

매번 가해자가 되어 두부를 자른다.

원망 한번 하지 않는 박애주의자를

저항 한번 하지 않는 평화주의자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뭉텅뭉텅 두부의 주검을 토막 내어

찌개처럼 끓여도 먹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도 먹는다.

허기진 뱃속을 달래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콩알이라 웃지만 단단한 꿈이 있었죠. 농부의 도리깨질에 튀어나와 잠깐 하늘을 본 적 있어요. 종자가 되기를 바랐으나 두부공장에 팔렸죠. 밤새 물에 불었다가 맷돌구멍에서 산산이 부서졌죠.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신이 칼로 자르고, 찌개로 끓여도 내 꿈이 사라진 것은 아니죠.

    나는 당신의 눈빛에 생기를 주었다가, 입가에 미소가 되었다가, 문득 한숨 쉴 때 허공에 흩어져 자유가 될 테니까요. 나는 살해된 것이 아니라 잠시 당신을 꽃피울 거예요.

반칠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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