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편의점/진순희
4000개의 품목을 갖춘 편의점
24시간 환한 조명에
누군가의 잠이 아르바이트로 진열되고
불면을 구매한 사람들이
밤의 틈새로 드나든다
익숙한 손길로
한 사내가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뚜껑을 닫고 그가 우두커니 바라보는 3분은 어디일까
데우는데 단 20초
영양분 보다 염분이 더 많은
800원으로 허기진 위장을 채우는 시간
출, 퇴근을 겨냥한 편의점 터줏대감 삼각김밥
보란 듯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유통기한을 이마에 붙인 상품처럼
처분해야할 시간을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도시가
남아도는 시간을 배설하는 곳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몇 푼으로 자신의 편의를 버려야하는 이곳
오늘도 편의점이 잠을 반납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도시의 꼭짓점
저 각이 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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