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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펌프/유홍준

by 광적 2022. 1. 9.

펌프/유홍준

 

 

 

  열다섯 살,

  식어빠진 수제비를 퍼먹었다

 

  봄날이었다

  한낮이었다

  빈집이었다

 

  한 바가지 물을 목울대에 퍼 담고 펌프를 자아댔다 우리 집 펌프는 왜 이리 자꾸 물이 빠지는 거냐 어머니 푸념이 떠올랐다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어서어서 고장나버려라 이깟 펌프 이깟 생, 갓 수음을 배운 나는 거칠게 거칠게 펌프를 자아댔다

 

  살점을 모두 뜯어 수제비 끓여놓고

  집 나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봄 밤이었다

 

  달빛이었다

 

  헛짓이었다

 

  펌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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