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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노량진 고등어/노수옥​

by 광적 2022. 1. 23.

노량진 고등어/노수옥

 

 

노량진으로 등 푸른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우월한 DNA를 가진 고등동물

그들이 배워야 할 필수과목은

높은 파도를 넘어 바다를 완주하고

사나운 물고기를 피해

살아남는 법을 이수해야 한다는 것

가슴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려도

원뿔형 머리로 책 속을 헤집고

균형을 잡으려고 부레에

공기를 빵빵하게 불어넣었다

재수, 삼수, 사수

치열한 경쟁 속을 헤엄치던

비늘 없는 몸뚱이에 가시가 돋았다

상처 입은 한 무리 고등어 떼가

물살이 거친 노량진해협을 빠져나갔다

수평선을 넘지 못한 고등어들

다시 완주를 시작하려고

출발선에 서 있지만 결승점은 까마득하다

남아있는 고등어들 소금으로 간한 컵밥이 무리였는지

허기를 이기지 못한 부레에

서서히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비상식량으로 저장한 DHA가 다 소진되어

한물간 눈동자가 빛을 잃어간다

등에 새겨진 파도의 무늬도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그들도 한때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펄펄 뛰던 시절이 있었다

넓고 푸른 바다를 향해 뻗어나가던

토막 난 꿈이 고시원 쪽방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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