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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피 혹은 꽃 피는 속도/김수형

by 광적 2022. 3. 19.

피 혹은 꽃 피는 속도/김수형

 

1.

레미콘이 뒤뚱거리며 언덕길을 오른다

만삭의 배를 돌리며 조금만, 조금만 더!

두 손을 움켜쥘 때마다

떨어지는 링거의 수액

 

피와 살이 섞이고 심장마저 꿈틀대는

안과 밖을 둘러싼 호흡들이 숨 가쁘다

뜨겁게 쏟아지는 양수

꽃나무에도 피가 돈다

 

2.

직진하려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우로 돌렸지

운전석 백미러를 툭 치며 달리던 트럭

수천의 새떼 날아와

등골에서 깃을 털던

 

3.

백 미터를 3초에 달려

톰슨가젤 목을 물고

거친 숨 몰아쉬는 치타의 퀭한 눈동자

 

죽음과

마주하는 건

늘 한 호흡의 속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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