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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송진권

by 광적 2022. 7. 22.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송진권

 

 

 

아직 발굽도 여물지 않은 어린것들이

소란스레 함석지붕에서 놀다가

마당까지 내려와 잘박잘박 논다

징도 박을 수 없는 무른 발들이

물거품을 만들었다가

톡톡 터트리다 히히히힝 웃다가

아주까리 이파리에 매달려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논다

마당 그득 동그라미 그리며 논다

놀다가

빼꼼히 지붕을 타고 내려가

방바닥에 받쳐둔 양동이 속으로도 들어가 논다

비스듬히 기운 집 안

신발도 신지 않은 무른 발들이

찰방찰방 뛰며 논다

기우뚱 집 한채

파문에 일렁일렁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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