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황인숙
친구와 북한산 자락을 오른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고
친구는 느릿느릿
그의 기척이 아득하다
나는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기를 몇 번, 기어이 친구가 화를 낸다
산엘 왔으면, 나무도 보고 돌도 보고
풀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걷는 법이지
걸어치우려 드느냐고
아하!
친구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려는데
어느새 획획 산을 오르게 되는 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면
멀리서 친구가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풀도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탁기/이동호 (0) | 2022.07.30 |
---|---|
서쪽을 보다/최금녀 (0) | 2022.07.30 |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송진권 (0) | 2022.07.22 |
따오기/문태준 (0) | 2022.07.22 |
여름비 한단/고영민 (0) | 2022.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