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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세탁기/이동호

by 광적 2022. 7. 30.

세탁기/이동호

 

 

 

 

아내가 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려 한다

아내의 완력에 빨래처럼 접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무소불위한 잔소리의 권능에 못 이겨

끝내 구겨져 세탁기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세탁기 속에도 사계가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을까

세탁기가 지구처럼 자전한다

몸이 바닥의 회전 날을 축으로 공전하는 동안

내 몸통 속에서 아름답게 꽃이 피고 지고

졸졸 시냇물이 흐르고

물거품이 해조처럼 밀려들 적마다

내 속으로 신호가 밀려와서 자라고

머리에서는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울리곤 했다

내 몸의 각질이 낙엽처럼 내 주변을 떠돌았다

시베리아 벌판을 고사목처럼 걸어다니기도 했다

아내가 원하는 내 부활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젖은 아내의 명상 속을

섬처럼 둥둥 떠다니다가 곧 탈수될 것이다

햇볕 소용돌이치는 어느 베란다에서

말 잘 듣는 강아지풀처럼 뽀송뽀송

잘 건조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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