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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노인 보호 구역/이희명

by 광적 2022. 10. 19.

노인 보호 구역/이희명

 

 

 

 

미군부대 뒷길

눈 감아도 보이는 크고 붉은 글씨

'노인보호구역'

낙엽이 그 길을 걷고 있다

몸 반쪽에는 이미 겨울이 와 버린

가랑잎 같은 한 목숨이 흘림체로 걷고 있다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흔들어 물속 길을 찾듯

뻣뻣한 팔로 허공에 노를 저으며

물풀 같은 그림자 따라 걷는다

체본 없이 완성한 그의 글씨체

벼루도 먹도 없어

맨몸으로 길바닥에 쓸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이력서

깊게 팬 이랑마다 수북이 쌓인 낙엽

걸음걸음 굽은 그림자

유서 같은 긴 편지를 쓰면서 간다

 

 

 

*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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