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하찮은 물음/윤성관

by 광적 2022. 12. 23.

   하찮은 물음/윤성관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느 대학 가고 싶니, 죽을 둥 살 둥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고등학교를 묻고, 회사에서는 대학교와 학과를 묻고, 결혼 후에는 어디에 있는 몇 평 아파트에 사느냐 묻고, 늙은 요즘에는 자식들이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하찮은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만큼 하찮게 살아왔지만

 

   물어보려면,

   저 별빛은 언제 태어났는지,「전태일 평전」을 읽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은 적 있는지, 귀를 자른 한 화가의 자화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詩)가 얼마나 많은지, 당황하더라도 이 정도는 물어야지

 

   아니면 최소한,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물어줘야지

   아침마다 새들이 묻는 소리에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우는데 

 

 

 

시집 『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2022. 지혜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걱정 마, 안 죽는다/유안진  (0) 2023.01.02
막내/천융희(디카시)  (0) 2022.12.26
빗소리/이재무  (0) 2022.12.05
염전에서/박영호  (0) 2022.11.23
거미의 길은 젖어 있다/김승원  (0) 202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