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굽자석/이삼현
극과 극은 상극이라서 서로 밀어내기에 바쁘다
어린 시절 장난감 대신 가지고 놀았던 막대자석
나는 에스극이라서
엔극인 엄마 품에 찰싹 달라붙어 살았다
그럴 때마다 안아주던 감촉은 살가웠다
다 큰 녀석이 언제까지 엄마 젖꼭지나 빨고 있을 거냐 흉봐도
떨어질 줄 몰랐다
철이 들면서부터
또래 친구들에게 더 이끌려 조금씩 멀어진 엄마
엔극이 빨강이라면 에스극은 파랑
모자(母子)는 한 몸이지만
처음부터 색이 다르다는 걸 알고나 있었을까
자력에 끌려 결혼하고
팔과 다리에 엉겨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피붙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가끔 엄마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통념대로 살아가기에 바빴다
이순이 넘어서서야 외딴곳에 방치된 엔극을 찾아갔다
그새 구부러져 말굽자석이 된 엄마
부스럭거릴 때마다 뚝, 뚝 빨간 녹을 떨어뜨리며 다가와
에스극을 손잡아 주는 모성이 하염없다
언제까지나
꼭 달라붙고 싶은 자성만 희미하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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