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양식/신병은
신호음이 길게 이어진 후에야
어머니는 전화를 받습니다
그렇게 창창하던 분이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이
일용할 양식이 떨어졌는가 봅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했던 게지요
어머니는 지금 남아있는 몇 개 목소리로 견디는가 봅니다
가끔 드리는 전화 한 통으로 사나흘을 견디곤 하지만
목소리도 유효기간이 있어
전화로 하는 목소리, 얼굴로 하는 목소리,
장남이 전하는 목소리, 동생이 전하는 목소리의
약발이 각기 다른가 봅니다
그래도 유효기간이 제일 긴 것은
오래전에 세상을 달리한 아버지의 목소리입니다
아버지는 어떤 빛깔로 기억 속에 남아
함께 저물어 가고 있는지
아버지 이야기가 나올 때면 단번에 눈이 빛나며
'그럼, 니 아버지는 그랬제'
소녀처럼 해맑은 웃음도 띱니다
오늘 아침 한 통의 전화에
어머니의 하루가 탱탱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