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나석중
괜찮다
몸 한구석에 귀뚜라미가 울어도
보이지도 않는 귀뚜라미는 왜 와서 우는지
요즈음 보이지도 않는 아들에게 섭섭한 생각이 들 때
나는 깜짝깜짝 뉘우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나에게 서운한 때 많았을 거라고
그러니 아들아 너는 걱정하지 마라
너도 일가를 이룬 나무, 몰아치는 비바람 잘 견디며
귀뚜라미처럼 괜히 와서 우는 일 없도록,
해가 짧아지면서 오른쪽 무릎에서 악기 소리가 나지만
몸이 알아서 현 한 줄 심심치 않게 튕겨주는 일
이제 뼈가 닳고 가슴이 밭는 일도
괜찮다.
시선집 『노루귀』 도서출판b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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