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박완호
노인은 고장 난 라디오처럼 자꾸 지지직거렸다. 탈골된 뼈들끼리 부딪히는 둔탁한 파열음이 간간이 새어나오는 낡은 스피커. 녹슨 목울대가 가끔씩 소리를 놓치기라도 할 때면 벽에 걸린 풍경화는 턱, 턱, 검은 침묵 속으로 잠겨들곤 했다. 구름도 울고 넘는 산 아래 그 옛날 살던 고향이 있던* 곳을 지나칠 때마다 안개 속을 헤매는 노인의 발음은 툭하면 받침을 놓치곤 했다. 조그만 리어카에 매달려 가는 좁은 보폭에 가로막힌 노랫가락을 차도 쪽에서 다가온 불협화음이 한입에 삼켜버렸다. 라디오에서는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기택의 노래<고향무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