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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졸병, 전방 일기/김춘기

by 광적 2023. 10. 15.

졸병, 전방 일기

 

 

   겨울 철책선에서 홀로 경계 서던 병사

 

   종일 사격과 각개전투, 수류탄 던지기 훈련으로 졸음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까마귀 울음이 산굽이 돌고, 고추바람이 콧등 베어도 눈꺼풀은 연신 내리 덮였다. 정적이 잠깐 흐르고 눈 번쩍 뜨는 순간, 손전등 불빛과 함께 당직사관이 눈앞에 멈춰 있었다. 병사는 얼른 아버지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을 외쳤다. 당직사관의 부드러운 손길이 어깨에 닿으며, 큰형님 같은 미소가 나를 감쌌다.

 

   너, 지금

   기도했구나

   부모님 편찮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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