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병, 전방 일기
겨울 철책선에서 홀로 경계 서던 병사
종일 사격과 각개전투, 수류탄 던지기 훈련으로 졸음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까마귀 울음이 산굽이 돌고, 고추바람이 콧등 베어도 눈꺼풀은 연신 내리 덮였다. 정적이 잠깐 흐르고 눈 번쩍 뜨는 순간, 손전등 불빛과 함께 당직사관이 눈앞에 멈춰 있었다. 병사는 얼른 ‘아버지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을 외쳤다. 당직사관의 부드러운 손길이 어깨에 닿으며, 큰형님 같은 미소가 나를 감쌌다.
너, 지금
기도했구나
부모님 편찮으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