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감상 몇 편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전문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최승호, <오징어3> 전문
보름달은
어둠을 깨울 수 있지만
초승달은 어둠의 벗이 되어 줍니다.
-최종수, <달처럼> 전문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가을> 전문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처럼 하리라
사람아
-황금찬, <꽃의 말> 전문
한 줄이면 족하지
뭘 더 적을 것인가
할 말 많다고 해도
한 마디면 족하지
아홉 쪽
김밥 한 줄을
꼭꼭 씹어 먹는 날
-권갑하, <김밥 한 줄의 명상> 전문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사막> 전문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다가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 사랑이
내게도 있었다
-서안나, <모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