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이병렬
50년 전, 옆집 순희가 우리집에 왔다. 나는 방문을 삐끔 열고 가만히 내다보고 있었다. 어머니하고만 이야기를 나누고 순희는 사립문을 나섰다. 그냥 가는가…… 순희가 힐끗 뒤돌아 볼 때 눈빛이 맞았다. 나는 웃었는데 순희는 수줍게 얼른 고개를 돌렸다. 뽀얀 얼굴이 더 뽀얘졌다. 유난히 얼굴이 하얗던 달덩이 우리 순희.
오늘 저녁,
옆집 울타리에 박꽃이 다시 피고
하얀 달이 떴다.
그리고 그 옛날 순희가 나를 쳐다봤다,
50년 전보다 더 수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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