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유법 표현 시 구절 모음
1. 공광규, 『파주에게』 (실천문화사, 2017)
* 지붕에서 먼저 빗방울들이 호박전 부치는 흉내를 냈다
* 빗방울들은/ 목련나무 잎을 밟고 나팔꽃 넝쿨을 /다라 담장을 넘어/ 옥수수밭 지나 청태산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 꾀꼬리는 상수리나무에서 좋은 구절을 낭송한다
* 칡덩굴에 걸어놓은 산짐승들 귀가 가을 잎으로 매달려
* 재첩국 끓이는 냄새가 넘어오고 있다
* 민들레 씨앗이 날마다 날아와 해마다 식구를 늘리고
* 상자 안에서/ 다정하게 배와 배를 맞대고 있거나/ 등과 등을 대고 누워 있는 대구들
* 메뚜기가 햇살을 이고 와서/ 감나무 잎에 부려놓았다
* 우듬지가 부러진 오동나무가/ 계곡이 모인 곳에서 보라색 등을 켜고 있다
* 반짝 반짝 동백나무 잎에 앉아 놀고 있던 햇빛이/ 저녁밥을 먹으로 ᄆᆞ을로 돌아가/ 가로등이나 주택 전등으로 매달리는 저녁/ 비둘기 울음이 숲에서 어둠을 번식하고 있다
* 살구나무 한 토막/ 오래된 헛간에서 뒹굴고 있다
2. 유안진, 『다보탑을 줍다』 (창비, 2004)
* 유성들은 밤마다 시골로 모인다/ 아이들이 개울물에 다이빙하듯/ 별들도 다투어 시골로 다이빙한다
* 새처럼 우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 아무리 신선한 어물전이라도/ 한물간 비린내가 먼저 마중 나온다
* 꿈은 전원조차 망가진 채 가출해버리고/ 맥빠지고 지겨워 하품하는 오늘도/ 단물 빠진 껌 같은 미래가 되어간단 말이야
* 세상도 갈색으로 마음 고쳐먹는 가을/ 원경에서 근경으로 젖은 바람 불어온다
* 늙은 나무 한 그루가 선 채로 목탁이 된다
* 숨어 자란 시간이 세월이 되어 힐금거린다
3. 이시영, 『은빛 호각』 (창비, 2003)
* 경기초등학교 스쿨버스가 두더지처럼 겁 많은 두 눈을 두리번거리며 계성 유치원 노오란 스쿨버스가 신나게 지저귀면서 비탈길을 구르며 올라오고, 다시 다람쥐처럼 조르르 비탈길을 달려 내려가면
* 검은 까마귀떼처럼 펄럭이며 내려앉던 하양 신문 호외들
* 저 건너 당인리 발전소만이 나와 함께 유구하게 서서/ 건들거리며 머리 위로 힘찬 연기 날리고 있다
* 붉은 감 한 알에도 부처가 들어 계시는지/ 가을 아침 절 뒷마당에서 까치 제자가/ 꾸뻑 절하고 맹렬히 쪼으신다
4. 성윤석, 『멍게』 (문학과 지성사, 2014)
* 고무장화 같은 고단함이 눈썹에 매달리네
* 바다에 수만의 달빛 치맛자락들이 꽃잎처럼 떨어져 있군요
* 소바닥에 받아온 달 하나를 창가에 걸어두고
* 봄날 골목 끝에서 맞닥드리던/ 희디흰 그 치욕들
* 빈 비닐봉지처럼 날아다니던 날들이 달빛을 질질 끌며 쫓아오는 저것은 죽음일까
* 바다에 밤이 오면 밤의 푸른 혀들이 파도가 되어 넘실넘실 넘어온다네
* 지산도에서 교방동까지 산복도로 불빛드이 말하지 못한/ 문장들을 일기장처럼 감출 때
* 선창 주점들이 반딧불이처럼 은은하고 여전한 생각들을/ 밤바다에 흘려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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