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뱃길/김춘기
가파도행 여객선 목포 털보 건달이 여장부 선장에게 바리톤을 건넨다
마누라 운전 잘하시네, 내 아내가 최고여
눈 휘둥그레진 여선장 수류탄 한 발 깐다 어찌 외간 남자가 누굴 보고 마누라래요
님 배에 내가 올라왔으니 당신이 마누라 아녀?
마음 진정한 여걸 선착장에 배를 대며 일어서는 건달을 귓속말로 누른다
천천히 내리시게나, 늠름한 우리 아드님
얼굴 홍당무 털보, 이 여편네가 돌았나? 여보시오, 당신이 누굴 보고 아들이래.
한평생 뱃사공이나 주구장창 하시구려
여걸은 건달 급소를 단, 한 방에 찔렀다 내 배에서 당신이 방금 나온 게 맞죠?
그러니 내 아들이지, 이 에미 종종 보러 오게나
'나의 글밭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월은 (0) | 2024.06.18 |
---|---|
마음은 꽃밭이라오/김춘기 (0) | 2024.04.30 |
아버지 그림자/김춘기 (0) | 2024.03.16 |
그릇/김춘기 (0) | 2024.03.08 |
그릇/김춘기 (0) | 2023.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