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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폭우/함순례

by 광적 2024. 8. 12.

폭우/함순례

 

식탐 부리다 혀를 깨물었나

불룩한 배가 슬펐나, 토사곽란이 났다

응급실에 갔다

 

아프지 말거라

 

수액을 맞는 동안 외삼촌이 병실 천정에서 굽어본다

스무 살 내게 곁방을 내어주고

철로변 흔들리는 세간에도 맑은 기운 잃지 않았던

그 손 잡아보려 하는데

가뭇없이 멀어진다

 

자리보전하고 누우셨어, 뼈만 남은 모습이더라

 

눈시울 붉어지고

내장은 뒤틀려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하고

깨물린 혀는 쓰라리고

 

웅크린 담요를 가로질러 기차가 지나간다

가로등 불빛이 덜컹거린다

 

경적을 울리면서

캄캄하게 재생되는 구름

 

이 비 그치면 새로이

크고 마른 별로 태어나실까

밤이면 창문을 두드리실까

 

내가 속상한 여름에 잠겨 식은땀을 흘리는 동안

문밖에서는 다정한 외삼촌이

줄기차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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