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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애월, 공무도하/서안나

by 광적 2024. 8. 12.

애월, 공무도하/서안나

 

 

1.

호스피스 병동에서 바라보는 밤은 왜 사무적인 걸까

의사는 호스피스 병동 앞에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고 했다

 

2.

고레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보았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피를 나눈다는 건 무엇일까

 

3.

침대에 기대어 잠든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가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할 때

왜 먼지 냄새가 나는 걸까

병실 창밖에는 메마른 구름비나무 한 그루

 

4.

아픈 사람은 5층 같아서

걸어 올라가다 보면 내가 먼저 지치지

간병은 지루하고

지친다는 것과 슬프다는 것은 구별하기가 어려워

나는 새벽에 병원 지하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인간의 존엄함에 대하여 생각했다

 

느리게 흘러가는 병실의 시간과 창밖의 구름들

나는 구름을 쳐다보며

어떤 기적 같은 형상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

 

이 저녁

병자들은 무용하여 아름답고

저녁의 문장은 링거처럼 맑고 차갑지

물 끝에 아스라이 서 계신

당신,

 

공무도하

공경도하

 

— 『애월, 여우난골,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