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함순례
식탐 부리다 혀를 깨물었나
불룩한 배가 슬펐나, 토사곽란이 났다
응급실에 갔다
아프지 말거라
수액을 맞는 동안 외삼촌이 병실 천정에서 굽어본다
스무 살 내게 곁방을 내어주고
철로변 흔들리는 세간에도 맑은 기운 잃지 않았던
그 손 잡아보려 하는데
가뭇없이 멀어진다
자리보전하고 누우셨어, 뼈만 남은 모습이더라
눈시울 붉어지고
내장은 뒤틀려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하고
깨물린 혀는 쓰라리고
웅크린 담요를 가로질러 기차가 지나간다
가로등 불빛이 덜컹거린다
경적을 울리면서
캄캄하게 재생되는 구름
이 비 그치면 새로이
크고 마른 별로 태어나실까
밤이면 창문을 두드리실까
내가 속상한 여름에 잠겨 식은땀을 흘리는 동안
문밖에서는 다정한 외삼촌이
줄기차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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