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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옴니버스시조)아침을 클릭하며

by 광적 2008. 2. 28.

  

아침을 클릭하며/김춘기

 

 

   1.

   아침을 클릭하며

   한 여자가 출장 간다.

 

   새벽 별 곁들여 캡슐 한 알 이온음료에 타 마시고, 스마트폰에서 쏟아지는 시간을 잘게 썰며, 공항으로 차를 쏘는 여자. 초음속 비행기 띄워 창공을 가른다.

   실리콘 유방에 일회용 브래지어 착용감이 좋다는 에스라인 몸매. 청담동에서 얼굴 견적 다시 내겠다는 미스 아시아. 카멜레온 선글라스에 다국적 언어 줄줄, 초현실파 깍쟁이. 일주일 연애한 로봇과 동거쯤은 해야겠다는 비혼주의 얼짱. 손가방엔 일급 비밀파일, 천리안렌즈, 해저 여행티켓 깊게 숨긴 유리 같은 여자.

   빨간 머리 휘날리며, 은빛 오픈카로 바다 위를 질주한다. 점심은 테이크아웃 미니 버거에 블랙커피 한잔. 하오엔 휴게방에서 산소 샤워하는 신소재 인간. 홍콩 페이 비상 결재하고, 검지마디 하나로 빛이 되어 날아다닌다.

 

   그녀는

   슈퍼 알파걸

   불꽃처럼

   춤을 춘다.

 

   2.

   온몸 곳곳 삽입된 금속성 디앤에이 칩

   세상 미세 신경망 지문처럼 연결하고

   속도로 승부를 건다, 인스턴트 세상이다.

 

   연다, 기상 알람에 맞춰 새날을 또 연다, 연다.

   난수亂數처럼 얼굴 내미는 피시 화면 다색多色 눈동자

   숨 가쁜 광속 세계가 타클라마칸처럼 황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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