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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암탉의 비애悲哀

by 광적 2008. 3. 1.

 

암탉의 비애悲哀

김춘기

 

눈곱 낀 보리수 눈알

  종일 궁굴리면서

 

  곰팡내 피어나는 골방에서 아메리카 음식만 먹고, 백색 항생제쯤은 조미료라며 밤낮의 구슬을 꿰고 꿴다. 미국은커녕 옆집 마실 한번 못 가보고, 그곳이 세상의 전부인줄 아는 너. 눈부신 알전구를 태양이라며, 물 한 모금 마시고도 경배 또 경배. 주인장에겐 평생 놀고먹어 미안하다고, 두 발 모으며 고개 꾸뻑꾸뻑. 백야의 천국이라며 토막잠도 아끼면서 혼신을 다해 알을 낳고, 또 낳고. 그러나 온몸 맥이 탁 풀렸다. 꿈에서도 상상치 못한 어느 날의 혼절할 그 귀띔

 

   무정란!

   생명 없는 생명을 낳는

   숨만 쉬는 기계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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