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응"

by 광적 2008. 5. 2.
 

"응"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응" 이라는 우리 말 글자를 가만히 살펴보면 참 재미있다.
독특한 시각의 관찰력과 감각있는 시인만이 간파할 수 있는 글자의 짜임에
성스럽도록 섹슈얼한 느낌을 가미하여 한 편의 시를 빚어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기지와 재치로 번득이는 시인의 묘사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해와 달이 지평선에 합일한 순간
확확 뜨거운 입김이 솟구치도록 신비롭고 환상적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사랑의 완성!
"응"  이라는 대답에 생명의 근원인 원초적 본능이 생동감있게 살아 숨쉬고 있다.
                                                                                         <가빈 김영옥 시인>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0) 2008.05.06
나무  (0) 2008.05.05
가장 쓸쓸한 일  (0) 2008.05.02
분만실까지  (0) 2008.05.01
당신의 눈물  (0) 200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