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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목련꽃을 보면 양변기가 생각 난다/김봉식

by 광적 2008. 5. 19.

목련꽃을 보면 양변기가 생각 난다 /  김봉식
                

목련나무들이 자위를 했다

돌돌 뭉쳐진 크리넥스 티슈가 발에 밟힌다.

발정난 저 놈들, 밤새도록 방문 걸어 놓고

가려운 제 성기를 벅벅 긁었나 보다

달큰한 향내가 아파트 단지에 그득하다

 

성기가 몸보다 먼저 자라는 것들은

사춘기의 격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저 변성기의 목련나무들은 낄낄대며,

미끈한 두 다리 쭉 뻗고 잠든 분홍철쭉의

흐트러진 춘화를

밤새도록 돌려보았을 것이다

쓰다버린 크리넥스 티슈가 나뭇가지에 여기저기 걸려있다

 

문득, 오래된 서랍 속에 감춰 둔 내 사춘기가 그리워진다

첫사랑의 그 여자가 떠오른다

사랑을 잃고 휴지처럼 구겨져 떠돌던

청량리가 떠오른다

 

4월의 목련꽃을 주워다가

양변기에 넣고 물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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