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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계란 프라이/마경덕

by 광적 2008. 5. 28.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으로 멍든 자리를 문지른다. 분명 녀석의 발길질에 내 껍질이 깨졌다. 그러니까,  나는 프라이가 된 셈이다. 팬에 놓인 것처럼 심장이 뜨거웠고 소금 뿌린 자리가 쓰라렸다.

 

  그와 헤어진 후 또 한 개의 흉터를 얻었다. 자라목에 두꺼운 안경을 낀 말대가리 녀석, 맞선에서 몇 번이나 차였는지 상처투성이였다. 그래 어디를 걷어 차줄까, 잠깐 방심하는 사이, 눈치 빠른 녀석이 먼저 박차고 일어섰다. 얼떨결에 나는 쩍 금이 갔다.

 

  헛발질에도 쉽게 깨지던, 계란으로 바위 치던 시절, 사랑은 내게 넘치거나 못 미쳤다. 번번이 달궈진 팬에 왈칵 쏟아졌다. 나는 한 번도 껍질을 깨지 못했다. 

 

<우리시> 4월호 소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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