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 / 안도현
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내 입에 넣어 씹어먹기 좋을 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
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片片) 뿌리고 있다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썽글썽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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