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詩

저녁 식탁

by 광적 2008. 6. 4.

저녁 식탁

 

김춘기

 

퇴근길 현관문을 여니,

아내의 앞치마가 백합처럼 환하다

주방에서 압력밥솥 치카치카

알뚝배기 된장찌개 끓는 소리

코끝을 돌아 거실에 퍼져나간다

군에 간 두 아들

식탁의자가 비어있다

나는 상추를 펼쳐 밥 한 숟갈을 올린다

아내의 쓸쓸한 눈빛에

내 마음 함께 얹어 입에 넣는다

아내도 그녀의 하루를

호박잎에 싸서 들고 있다

전화벨소리가 적막을 뚫고 나온다

아내가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막둥이가 전화선을 타고 왔다

엄마, 아빠 건강하시냐고

집보다 편하게 잘 있다고

나는 아내의 귀를 돌아온

막둥이의 음성을 듬뿍 싸서 먹는다

잠시 후 적막이 식탁에 내려와 앉는다

 

 

 

ᄌᆞ냑 밥상

 

퇴근질 현관문을 ᄋᆞ

각시 앞치메가 백합추룩 훤ᄒᆞ다

정지에세 압력밥솟 치카치카

알뚝배기 뒌장찌개 꿰는 소리

코끗을 돌안 거실에 퍼져나간다

군에 간 두 아ᄃᆞᆯ

밥상의자가 비여잇다

나는 부루를 페완 밥 ᄒᆞᆫ 수꾸락 올린다

각시의 허전ᄒᆞᆫ 눈빗에

나 ᄆᆞ음 ᄒᆞᆫ디 놘 입더레 논다

각시도 지녁의 ᄒᆞ루를

ᄒᆞ를을 호박닙에 싼 들런 싯다

전화벨소리가 적막을 ᄄᆞᆯ롼 나온다

각시가 화르륵 튀어 나간다

막냉이가 전화선을 탄 왓다

엄마, 아빠 잘 이수과?

난 집보단 펜ᄒᆞ게 잘 이수다

나는 각시의 귀를 돌안 온

막냉이의 음성을 ᄃᆞᆷ뿍 싼 먹는다

ᄌᆞᆷ시 후제 적막이 밥상 우티 ᄂᆞ려와 앚인다

'나의 글밭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전동* 529번지/김춘기  (0) 2008.06.18
은행나무  (0) 2008.06.18
백목련과 수제비  (0) 2008.05.20
사월은 선거유세 중  (0) 2008.05.20
일산에 내리는 눈  (0) 2008.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