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탁
김춘기
퇴근길 현관문을 여니,
아내의 앞치마가 백합처럼 환하다
주방에서 압력밥솥 치카치카
알뚝배기 된장찌개 끓는 소리
코끝을 돌아 거실에 퍼져나간다
군에 간 두 아들
식탁의자가 비어있다
나는 상추를 펼쳐 밥 한 숟갈을 올린다
아내의 쓸쓸한 눈빛에
내 마음 함께 얹어 입에 넣는다
아내도 그녀의 하루를
호박잎에 싸서 들고 있다
전화벨소리가 적막을 뚫고 나온다
아내가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막둥이가 전화선을 타고 왔다
엄마, 아빠 건강하시냐고
집보다 편하게 잘 있다고…
나는 아내의 귀를 돌아온
막둥이의 음성을 듬뿍 싸서 먹는다
잠시 후 적막이 식탁에 내려와 앉는다
ᄌᆞ냑 밥상
퇴근질 현관문을 ᄋᆞㆍ난
각시 앞치메가 백합추룩 훤ᄒᆞ다
정지에세 압력밥솟 치카치카
알뚝배기 뒌장찌개 꿰는 소리
코끗을 돌안 거실에 퍼져나간다
군에 간 두 아ᄃᆞᆯ
밥상의자가 비여잇다
나는 부루를 페완 밥 ᄒᆞᆫ 수꾸락 올린다
각시의 허전ᄒᆞᆫ 눈빗에
나 ᄆᆞ음 ᄒᆞᆫ디 놘 입더레 논다
각시도 지녁의 ᄒᆞ루를
ᄒᆞ를을 호박닙에 싼 들런 싯다
전화벨소리가 적막을 ᄄᆞᆯ롼 나온다
각시가 화르륵 튀어 나간다
막냉이가 전화선을 탄 왓다
엄마, 아빠 잘 이수과?
난 집보단 펜ᄒᆞ게 잘 이수다
나는 각시의 귀를 돌안 온
막냉이의 음성을 ᄃᆞᆷ뿍 싼 먹는다
ᄌᆞᆷ시 후제 적막이 밥상 우티 ᄂᆞ려와 앚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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