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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詩

사월은 선거유세 중

by 광적 2008. 5. 20.

사월은 선거유세 중 / 김춘기
  

 

   강변 메타세쿼이아 온몸 부풀리는 날

 

   아파트 앞 생강나무 이마에 붙인 꽃잎들, 바람에 날리네. 산정공원 팔각정 아래 명자나무 붉은 피켓 올리고 내리고, 강변 따라 보리밭 초록 현수막 사선으로 줄줄이 어깨 들썩, 황사 비껴간 하늘도 질세라 비행운 띄우며 파도처럼 출렁출렁

존경하는 신도시 주민 여러분! 애향심으로 똘똘 뭉친 여러분! 우리 당 후보가 당선만 되면 여러분 화병火病 죄다 고쳐드리겠습니다. 겨울에도 아파트에 꽃 만개하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계절마다 무지개 마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가을 과실나무엔 주렁주렁 열매 달아놓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서울로 이사한다면 집값을 무릎 아래까지 확 내려드릴 것, 약속합니다. 우리는 세상이 두 쪽 나도 이슬과 양심만 마시는 정의 100% 정당입니다. 하늘에 맹세합니다. 미세먼지는 무조건 막고요, 가물면 한강 물 몽땅 퍼다 충당할 수 있다니까요.

   바람당 지지한다는 희망빌라 아줌마들, 계단 아래 쭈그려 앉아 팔랑개비 돌리고, 전철역 입구 무조건당 운동원들 입방아 시끄럽다. 엄지 척 손 흔드는 신사숙녀당 지지자들 자기 당 후보 뽑아달라고 목소리 키우는 유세차량 길 건너

   볼 붉은 자목련, 배꼽티에 레깅스차림 개나리, 살풀이춤 강사 수양버들, 할머니 등에 업힌 앵두꽃, 공시준비생 배꽃까지 혀 끌끌 잘들 논다며 고개돌리네. 완전 저들만의 굿판이라네.

 

   벚나무

   꽃 벼락 치네

   누가 여론조사 일등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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