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 김춘기
식목일 아침,
덕양중학교 교정엔 허리 굵은 나무
팔 길게 내밀어
맨 가지마다 초록별 달고있다
살구나무 목련, 벚나무 라일락
덩달아 색전등
여기저기 내어건다
학교와 사십여년 함께 한 저 나무
여름이면 푸르른 손 모두 꺼내 흔들면서
참 씩씩하다고 칭찬해 주는 나무
그늘 넓게 펴서
산들바람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주는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
가을이면 노란 색종이에 싼 선물
운동장에 수북이 내려놓아 제자들에게
모범학생상, 교과우수상,
선행상을 듬뿍듬뿍 준다
저 은행나무는
영원한 교장선생님
눈 내리는 겨울, 하얀 머리 날리며
늘 그 자리에서 학교를 지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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